'Sergei Rachmaninoff'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4.10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사단조 (Prelude in G Minor, Op. 23 No.5)
전주곡 사단조 Prelude in G minor (Op. 23 No. 5)
-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작곡


오늘 소개하는 곡은 러시아 대표작곡가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1873~1943)의 피아노 전주곡 사 단조 (Op. 23 No. 5)입니다. 본래 전주곡은 말 그대로 어떤 곡을 연주하기에 앞서서 연주하는 곡인데, 폴란드 작곡가인 쇼팽이 "24개의 전주곡"을 통해 전주곡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작품집으로 내놓은 이후로는 하나의 짧은 예술작품 정도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군대의 행진곡과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곡은 1901년에 작곡되는데, 10개의 전주곡 (Op. 23) 중 가장 먼저 작곡되었습니다. 

러시아 작품은 역시 러시아 피아니스트가 연주해야 제 맛이죠. 특별히 필자가 좋아하는 연주자 두 명의 연주를 소개합니다. 바로 에밀 길렐스와 니콜라이 루간스키입니다.


에밀 길렐스 (1916~1985) 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함께 20세기 러시아 피아니즘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입니다. 물론 이 둘 외에도 뛰어난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이 너무도 많지만 리히터와 길렐스는 특히 러시아에서 국가적으로도 전폭 지원을 받았던 피아니스트로 유명합니다. 길렐스는 2차 세계대전 중 소련 군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부대에 방문해서 이 전주곡을 연주한 바 있습니다. 이 전주곡은 세도막 형식 (ABA)로 구성돼 있는데 길렐스가 굵직하게 처리하는 B파트의 중간선율은 깊은 인상을 줍니다. 마치 추웠던 지난 날의 소련을 되돌아 보는 것처럼...




연주영상을 보시면 길렐스가 중년의 나이에도 앞머리를 길게 길러 멋을 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일어나면서도 한 번 쓰윽 넘기는 것을 볼 수 있죠 ㅎㅎ) 사실 남성 연주자의 경우 여성 연주자에 비해 무대에서 입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눈에 띄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헤어스타일로나마 포인트를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 연주자들의 경우 화려한 드레스가 너무나도 많아서 골라 입는 재미가 있을텐데, 필자의 경우 학생 현역시절 옷장에 검은 셔츠랑 바지만 대여섯 벌 정도 있었고, 때에 따라 정장 또는 턱시도... 그에 반해 여성 연주자의 경우 공연을 보러갔을 때 "어느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를까?", "2부에 드레스를 갈아입을까?" 등 여러가지 연주 외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는 연주자도 있는데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ㅠㅜ


니콜라이 루간스키 (1972년 생)는 1994년 제 10회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21세기 러시아 피아니즘을 이끌어가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비슷한 연배의 피아니스트인 베레조프스키 (1969년 생)나 마추예프 (1975년 생)처럼 육중한 체구는 아니지만 연주 시 발산되는 에너지는 가히 압권입니다. 

아래 영상은 프랑스 라로크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것인데, 객석이 연주자를 둥글게 감싸는 형태의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학생 시절 루간스키의 연주 실황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특히 작은 음도 또랑또랑하게 홀을 채워넣는 타건이 인상깊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전문연주자들을 양성하는 러시아 피아노교육 덕분인지 러시아 피아니스트들 (아, 물론 월드클래스 연주자들은 국적에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제외)의 타건은 다른 여느 나라 연주자들보다도 명료합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관건은 바로 명쾌한 타건입니다. 필자의 대학 시절 반주학 교수님이 러시아 분이셨는데, 14살의 가녀린 소녀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부르려고 리허설을 하는 중 작은 홀에서 9피트 풀사이즈 콘서트그랜드의 뚜껑을 최대한 여시면서 하시는 말씀: "라흐마니노프잖아? (It's Rachmaninoff!?)"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잔잔한 곡이어도 또렷한 소리와 타건이 필요하다는 러시아 전통 피아니즘의 한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피아노 명곡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주곡과 함께 에튀드 타블로, 악흥의 순간, 피아노 소나타 2번, 피아노 협주곡 1~3번을 추천합니다. 악보가 필요하신분은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



2015. 04. 10.

Piano Lover


Posted by Kammer
,